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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음악이라는 이름의 말 없는 고백

by xozmfl0615 2025. 5. 13.

나는 영화를 볼 때 이야기보다도 먼저 소리, 공기, 침묵의 감정에 귀를 기울인다. 《Once》는 딱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거대한 사건도, 화려한 미장센도 없다. 그저 거리의 음악과, 이름 없는 두 사람의 소리 없는 속삭임으로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더 울컥했다.

뮤지션이라는 삶은 늘 외롭고 불안하다.
사람들은 무대 위의 조명, 앨범 커버 속의 사진, 스트리밍 차트의 숫자만 본다.
그러나 그 뒤에는 고장 난 기타, 부서진 신뢰, 주머니 속 몇 개의 동전, 그리고 무엇보다 불완전한 노래들이 있다.
《원스 (Once)》는 그런 뮤지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정확히, 그리고 조용히 비춘 영화였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작은 클럽 공연을 마치고, 녹음실 벽에 앉아 노래 가사를 고민하던 새벽이었다.
남들과 달리 이 영화는 나에게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노래에 담아 보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뮤지션의 감정으로 본 《Once》는 더 이상 로맨스 영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으로밖에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두 영혼의 고백'**이었다.


■ 줄거리 : 거리 위, 두 사람, 그리고 한 곡의 노래

더블린의 차가운 거리에서 한 남자가 통기타를 쥐고 노래한다.
낡은 기타 줄 위로 흐르는 그의 목소리는 애처롭고도 분노에 차 있다.
그는 한때 사랑했던 여자를 잊지 못하고 노래로 그녀를 붙잡으려 애쓴다.
그 순간, 체코 출신의 이민자 여자가 그 앞에 선다.

그들은 이름조차 필요 없다.
'남자', '여자'.
두 사람은 악보를 나누고, 피아노를 두드리며 서로의 빈자리를 메운다.
둘 사이의 대사는 많지 않지만, 피아노 위에서, 기타 줄 위에서 수천 마디의 감정이 교차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짧은 며칠을 그린다.
녹음 스튜디오에서 밤을 새우고, 함께 노래를 만들고, 그리고...
헤어진다.

그들은 사랑했을까?
어쩌면 아니다.
그러나 분명 그들의 마음은 한 곡의 노래 안에서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 노래를 끝까지 완성해 서로를 향해 조용히 인사했다.

뮤지션인 나는 이 부분에서 가슴이 터질 듯했다.
가사를 말하지 않아도, 고백하지 않아도, 이미 노래 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그려낸 가장 진실한 사랑의 형태였다.


■ 《Once》가 특별한 이유

이 영화가 뇌리에 깊이 남는 이유는, 이 영화가 **"음악 영화"가 아니라 "음악 자체가 영화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스》의 인물들은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감정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노래하고, 연주하고, 서로를 바라본다.

뮤지션인 나는 영화 속 남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여자에게 들려줄 때의 불안한 표정을 보며 숨이 막혔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노래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혹은 아무런 반응도 일으키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자신의 가장 속살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곡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Once》는 스튜디오 믹싱, 무대 세트, 조명 따위를 걷어내고, 그 생살 그대로의 음악을 우리 앞에 던졌다.
그것은 날것이었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피아노 페달 밟는 소리, 기타 줄 튕기는 잡음, 숨소리까지도 음악의 일부였다.

뮤지션인 나로서는 이 영화가 보여준 가장 위대한 장면은, 두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데모를 녹음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침내 완벽한 노래를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손을 잡지 않아도, 그 노래 안에서는 둘만의 고백이 이미 다 끝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무대에서 노래할 때, 누군가를 향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음을.
그 어떤 말보다, 음악만으로도 사랑이 다 전해질 수 있다는 것.


■ 해외 반응 : 작지만 뜨거운 진심의 확장

《Once》는 화려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니었다.
불과 15만 달러의 제작비.
모바일폰보다 싸구려인 핸디캠으로 찍고, 거리에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연주하고,
자연광 아래 찍힌 장면들은 모든 것이 투박했다.

그러나 그 투박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가장 큰 이유였다.

2007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시작으로, 《Once》는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IMDb 평점 7.8, Rotten Tomatoes 신선도 97%, Metacritic 점수 88점.

비평가들은 '가장 진실한 뮤지컬 영화', '거짓 없는 사랑의 이야기', '한 곡의 노래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라며 극찬했다.
특히 아카데미에서 **《Falling Slowly》**가 주제가상을 수상한 순간, 이 영화는 명실상부 인디 영화의 신화가 되었다.

뮤지션으로서 나는 그들이 수상 소감에서 했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우리가 만든 이 작은 노래가 여러분의 인생도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진심이 바로 《Once》라는 영화의 모든 것이었다.


■ 흥행 : 노래만으로 이룬 작은 기적

  • 제작비 : 약 15만 달러
  • 전 세계 박스오피스 : 약 2,300만 달러

나에게는 이 영화가 이룬 흥행의 기적보다, 이 영화가 보여준 **'음악 하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더 소중했다.

《Once》 이후 The Swell Season이라는 밴드는 월드 투어에 나섰고,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실제로 한동안 연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성과는,
이 영화가 수많은 이름 없는 뮤지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는 점이다.

스튜디오도, 대형 레이블도, 거대한 마케팅도 없이.
그저 노래 하나와 마음 하나로.
《Once》는 그 진심의 힘을 증명했다.


■ 결론 : 음악은 사랑의 가장 정직한 언어

나에게 《Once》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왜 노래를 부르고, 왜 무대에 서고, 왜 기타 줄 위에 손가락을 올리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말로 하지 못한 고백, 두려워서 숨겨버린 마음, 포기했던 꿈.
그 모든 것이 음악 안에서는 말없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

《Once》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사랑에 실패한 두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함께 만든 한 곡의 노래였다는 사실이다.

뮤지션인 나는 이제도 생각한다.
음악이 있기에, 사랑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은 이미 가장 깊은 곳에서 닿아 있었던 것이라고.

《Once》는 사랑보다 더 깊고, 더 슬프고, 더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이름의 이야기였다.